군산 출장에 왔다. 일주일간 출장이다. 마침 군산에서의 출장 첫 날, 군산에 사시는 분이 좋은 만년필 분양글을 올리신 것을 보게되었다. 살까말까 망설이던 중 만년필이 다 분양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또 그분이 몇 자루의 분양글을 올리시는 것이다. 요즘 수집품들을 정리하시는 것 같았다. 취미로 만년필을 즐기시는 분의 만년필의 상태와 품질은 괜찮은 편이다. 연식이 좀 됬어도 워낙 만년필 수량이 많아서 사용감도 적고, 관리 상태도 좋아 사고나서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아침부터 문자를 보냈다.
[ 제가 군산 출장 중에 분양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만년필을 정리하시나 봐요. 정리 예정이신 만년필을 한꺼번에 알수 있을까요. ]
몇 번의 문자를 보내던 중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고, 시내에서 약속이 있으셨지만 약속시간 전에 잠시 짬을 내어 직거래 약속을 하게 되었다.
시내 커피숖에 조금 일찍도착하여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한 신사분이 만년필 파우치를 들고 급하게 들어서셨다. 다짜고짜 만년필을 보고 싶다 하여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여 나오셨다고 했다. 하긴 내가 요구한 조건은 막연했다. 어떻한 만년필을 찾느냐는 질문에 원하는 제조사도, 닙사이즈도 말하지 않은채 적당한 크기에 색깔이 여성스럽고 예쁘며 경험하지 않은 만년필이라고 대답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하셨을 것 같다.
선약이 있으셔서 긴 만남을 갖지는 못하였지만, 짧은 시간동안 여러가지 만년필을 보여주셨다. 비스콘티 폰테 베키오, 오노토 데라루, 오마스 빈티지, 오로라 베르디, 워터맨 100등 유명한 만년필을 보여주시고 시필할 기회도 주셨다. 부끄럽지만 내 펜도 몇 자루 보여드렸다.
빈 손으로 숙소로 돌아왔지만, 그리고 나의 저녁 약속 때문에 동료과 함께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게 되었지만 마음은 배불러서인지 저녁내내 배가 빵빵했다.
의미있는 만남이었다. 대화중 기억에 남는 것은 만년필의 구입욕구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빠져서 이것저것 많은 만년필을 사게 되는데, 어느 순간 만년필을 뚝 끊게 되는 순간이 왔다 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년필을 잡게 되었을 때, 그때는 만년필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줄어들고, 좋아하는 몇 자루를 사용하고 즐기고 싶어진다 하셨다. 그 후로 구입 빈도도 줄어들고 처분의 빈도도 줄어드신 것 같았다.
처음 만년필을 쥐고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약 40여자루의 만년필을 소장하게 되었다. 요즘 만년필 구매 횟수는 많이 줄었다. 여러 만년필을 경험하면서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
선호하는 필감, 닙 두께, 배럴 재질, 사이즈, 디자인 등에 대해 내가 이런걸 좋아하는 구나, 이런걸 싫어하는 구나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제 만나신 신사분은 이미 그런 만년필을 찾으신 것 같다. 나 또한 긴 방황 끝에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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